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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니입니다. 소원을 말해주세요~

베호기 2010. 2. 3. 00:57

그 유명한 드라마 X파일의 각 에피소드는 대략 3가지 정도의 분류로 나눌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메인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외계인, 진실은 저너머에~ 관련 에피소드.

두번째는 메인 스토리와는 큰 상관없는 일회성 또는 시사 반영 미스터리 에피소드.

세번째는 말 그대로 개그 에피소드(그 유명한 크리스마스특집 같은 이벤트 에피소드도 포함).

 

X파일의 개그 에피소드 중에 지니가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네, 바로 그 지니입니다. 램프의 요정. 물론 X파일에선 Genie in a carpet 인데다가 흔한 남성 지니가 아니라 여성 지니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러 나타납니다. 요정에게 소시지를 달라고 소원을 비는 어떤 농부만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인간들의 소망, 욕망은 대동소이하죠. 갑부가 되게 해달라든지, 권력을 갖게 해달라든지, 강한 육체, 강한 힘을 갖게 해달라든지, 예쁜 여자 친구라든지, 심지어는 투명인간이 되게 해달라든지...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지니는 (작가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지니인데다가 수백년간 카펫에 갖혀 살아야 했던 운명에 대해 비관한 나머지 심사가 상당히 뒤틀려 있습니다. 쓰잘데기 없는 소원을 빌어대는 인간들은 제대로 뒤통수를 후려맞게 됩니다. 커다란 요트를 갖고 싶다고 했던 남자는 후줄근한 트레일러촌에 난데없이 나타난 초대형 요트로 인해 국세청의 방문을 두려워 하는 신세가 되었고, 급기야 투명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했다가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리던 트럭 운전사의 시야에 보이지 않아 치여죽고 맙니다. 그 남자의 동생은 죽은 형을 돌아오게 해줘! 라고 했다가 시체썩는 냄새가 풀풀 풍기는 좀비가 되어 돌아온 형과 아침식사 테이블에 마주하게 됩니다.

 

디테일이 없이 대충 자신의 이득을 위해 소원을 빌었다간 배배 꼬인 심보를 지닌 지니가  세세한 부분을 자기 맘대로 결정해 버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원을 빈 사람이 궁지에 몰리게 된다는 것을 간파한 우리의 멀더요원은 무려 A4용지 몇장에 이르는 대단히 상세하면서도 빈틈을 찾아보기 힘든 설명을 통해 '궁극적이고 완전하며 항구적인데다가 모두에게 평등하기까지한 지구의 평화'를 소원으로 빌었다가 지구상에 자기자신 이외의 사람이 모두 사라져 버리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맙니다.

 

뭐 그래도 지니의 임무는 임무. 어쨌든 소원은 어떤 방식으로든 들어주어야 합니다. 첫번째나 두번째 소원을 취소하고자 하는 소원은 의외로 또 쿨하게 잘 들어줍니다. 게다가 여성스러운 면도 좀 남아 있어서 두 다리를 잃은 장애인에게 다리를 선물로 줄 용의 정도는 있습니다.

 

 

네. 저는 바로 그 지니입니다. 물론 전 여성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심사가 뒤틀릴대로 뒤틀린 바로 그 지니입니다.

 

당신의 세가지 소원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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